[기고] 신드롬에서 찾는 다수의 행복

입력 2020-02-20 04:02

최근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하나 더 적금’ 상품이 금융권의 큰 이슈였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5% 금리 상품을 출시하니 많은 가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사흘 동안 137만명이 가입했다. 이 정도 흥행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돈 굴릴 곳이 없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금리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다른 은행에도 고금리 상품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금융거래 행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입소문)의 효과가 커졌다. 금융소비자들은 SNS 등을 통해 다양한 금융정보를 공유한다. 은행의 적극적인 홍보 없이도 자발적인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다. 대규모 캠페인으로 마케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다른 점이다. 또한 직관적이고 단순한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부수 거래를 엮은 우대금리로 고금리 상품을 만들어 왔다. 이번 사례에서는 자동이체 연결조건 1개만 있을 뿐이었다. 다른 은행을 거래 중인 소비자들도 쉽게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편 신드롬에 가까운 판매 결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 가입자는 “8만원이라도…”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일부에선 생색내기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사례는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좋은 상품을 소수의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다수에게 판매할 때 사회적 행복도가 더 높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줬다. 표면적으로는 높은 금리가 금융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금융소비자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응답할 때다. 사회는 수요자 중심으로 변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