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웃 보살피자… 전 연령대 아우르는 봉사

입력 2020-02-20 00:05
부산 땅끝교회 성도들이 교회 본당에서 찬양 집회를 열고 있다. 땅끝교회 제공

부산항과 영도를 잇는 영도대교는 매일 오후 2시 다리 상판이 하늘로 올라간다. 영도대교는 일제 강점기에 완공돼 6·25전쟁 때도 굳건했다. 피난민들은 각자 고향을 떠나며 ‘부산 영도다리 아래서 만나자’는 약속의 말로 내일을 기약했다. 부산항에서 영도다리를 건너야 땅끝교회(안맹환 목사)를 만난다. 부산의 영적 창고가 되길 소망하며 땅끝까지 말씀을 전하는 선교의 사명을 기억하는 교회다.

안맹환 목사는 “여러분 인생길 다리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영도대교가 그려진 전도지를 건네며 “인생길 다리 끝에서 여러분을 천국 생명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며 “예수님을 믿음으로 영접해 구원받고 생명길로 걸어가는 복된 여정에 교회가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땅끝교회는 1952년 부산 영도구 남항동 1가 공장지대의 천막교회에서 시작했다. 배를 타는 선원이 많고 ‘깡깡이’라고 부르는 선박수리소와 보세창고가 많은 서민 지역에 자리했다. 교회는 지금도 예배 때마다 선상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는다. 안 목사는 지난 9일 주일예배 때도 축도를 통해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를 타는 땅끝 가족들을 지켜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땅끝교회의 원래 이름은 영도중앙교회였다. 2012년 교회 60주년을 맞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영도중앙교회 시절엔 영도와 부산의 영적 중심이 되자는 구호가 있었다. 땅끝교회로 바꾼 뒤에는 한국교회의 영적 창고가 되자고 다짐한다. 김남규 장로는 “창세기에서 요셉이 7년 풍년일 때 곡식을 사들여 창고를 채운 뒤 흉년일 때 나눈 것처럼, 교회가 영적 창고로서 영도와 부산의 갈급한 지역에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매주 화요일 점심마다 진행되는 교회 무료급식 모습. 땅끝교회 제공

김 장로의 말대로 땅끝교회는 디아코니아(봉사)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령 어르신을 섬기는 영도중앙노인복지센터, 장애인 예배를 감당하는 소망부, 엄마와 함께하는 아기학교, 부모와 함께 보육하는 영도중앙어린이집, 교회학교 주중 프로그램인 ‘어와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영도중앙지역아동센터, 매주 화요일 점심 무료급식 등 지역의 이웃을 위해 교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보는 사역을 실천한다. 양춘국 장로는 “1500명 정도 출석하는 교회인데, 사역은 3000명 이상의 큰 교회들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역을 위해 땅끝교회는 영도대교가 내려다보이는 영도 입구에 2010년 제2성전인 홀리비전센터를 세웠다. 어린이집 아기학교 지역아동센터 중고등부예배 등 다음세대와 관련한 사역 전체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경 때문에 다른 지역 교회들이 수련회 장소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와 게스트하우스 시설도 갖췄다. 성낙원 장로는 “지역에 도움을 주고 작은 교회들이 편하게 시설을 이용하도록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땅끝교회는 땅끝 선교 사명을 위해 일본어예배부와 영어예배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어예배부는 매주 주일 오후 2시부터 모이는데, 지난 8~9일에는 일본 나가사키의 오카마사하루평화기념관 관계자들이 방한해 교회에서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피해자 인권운동가 오카 마사하루 목사의 삶’ 세미나를 두 차례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아 양국 교류에 최선을 다한 일본인들을 일본어예배부 성도들이 능숙한 일본어로 맞이하고 안내했다.

일본선교사 출신인 일본어예배부 김대호 목사는 “예배뿐만 아니고 ‘빙점’으로 유명한 기독교 작가 미우라 아야코 독서 모임도 1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신앙 전래의 역사가 앞선 일본은 미우라 아야코를 비롯해 우치무라 간조, 엔도 슈사쿠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크리스천 문필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김 목사는 전국의 교회들과 협력해 나가사키 교회 유적을 둘러보는 비전트립도 진행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일본 선교의 마음을 키우고 각자의 신앙을 돌아보곤 한다”고 말했다.

영어예배부는 2001년 시작됐다. 주일 오후 외국인 대상 영어예배, 외국인 성경공부인 ‘런치 브레이크’, 외국인 한국문화 체험행사, 한국 가정과의 자매결연 등을 해왔다. 영어예배부는 소개 글에서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내주신 유학생, 다문화 가정, 외국인 선원,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생활의 적응을 돕고 복음전파와 양육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밝혔다.

교회는 또 미얀마 마카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에 선교사를 파송했고, 북한이탈주민을 섬기는 선교사들의 사역도 지원하고 있다.

안 목사는 “한반도 남쪽 끝 영도란 작은 섬에 위치해 있지만, 우리는 작은 섬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오대양 육대주의 관문에 있다는 자부심으로 하나님 안에서 섬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