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블랙 아이스’가 참사 불렀다

입력 2020-02-18 04:05

전북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 2터널 다중추돌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결빙(블랙아이스)은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린다. 운전자가 인식하기 어려워 대형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올겨울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광주원주고속도로에서 21중 추돌사고가 났고, 12월 14일에는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47중 추돌사고로 무려 7명의 사망자와 4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6일에도 경남 합천군 국도에서 41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했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내린 눈이나 비가 얼어 노면이 빙판으로 변했는데도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해외에선 ‘클리어 아이스(Clear Ic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블랙아이스가 본격적으로 국내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이전까지 살얼음, 결빙 또는 빙판길이라는 용어를 많이 썼다. 경찰청과 기상청 등에 따르면 블랙아이스는 정식 용어는 아니나 위험성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일반 빙판길과 구분하기 시작했다.

블랙아이스는 큰 사상자를 내는 것으로 악명높다. 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 결빙 교통사고 치사율은 3%로 교통사고 평균치사율(1.94%)보다 높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17일 “블랙아이스는 완전히 꽁꽁 얼어서 하얗게 눈에 보이는 일반 빙판길과 달리 굉장히 얇은 살얼음이라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번 사고는 운전자의 시야가 더 확보되지 않는 터널 안이었다.

최근 유독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이유는 올겨울 들어 춥고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계속 날씨가 추우면 도로는 건조하다. 올겨울 날씨는 비교적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 눈에 보이지 않는 살얼음이 끼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실장도 “겨울 온난화 현상, 낮밤의 심한 일교차 등이 블랙아이스 형성에 영향을 줬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도로 설계라면 물이 도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맞는데, 결국 잘못된 설계로 물기가 남으면 블랙아이스가 된다”며 “사고 지역 대부분 노면 설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물이 잘 빠지도록 설계되는 배수성 포장과 염수분사장치가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