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4개 정부부처가 17일 청와대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했다. 업무보고의 주제는 혁신성장이었다. 기재부는 스마트산단·공장을 확대하는 등 주력 산업을 스마트화하고 공공 데이터 공개를 촉진하는 등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며, 5G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을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산업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흔들리지 않는 ‘기술 자립’을 앞세웠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국산화를 위해 연내 반도체 소재 3대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의 공급을 안정화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9개 분야 소재·부품의 기술 자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을 2022년까지 3만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부처들은 올해 민생과 경제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줄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경제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각 부처 장관의 보고 내용은 TV로 생중계됐다. 혁신성장의 성과와 경제정책 비전을 국민에게 직접 보고한다는 취지다.
물론 혁신성장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효과가 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중장기 대책들이다. 지금 경제 상황은 급박하다. 실질성장률 및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받았다. 거시적으로 투자는 설상가상 올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소비 위축도 더 심해질 수 있다. 중국 경제 감속으로 인한 수출 타격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미시적으로는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한 2017년 하반기 이후 본격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 등 역주행 정책으로 제조업을 비롯한 주력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이미 위험할 정도로 나빠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들며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췄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기업 지원은 별도로 하더라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고 가계의 소비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비상 대책이 필요한 때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건설·주택 투자 활성화나 제조업 등에 대한 한시적 감세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생중계된 경제부처 업무보고가 너무 한가해 보인다는 인터넷 댓글이 적지 않은 것을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설] 혁신성장 좋지만… 비상 경제대책 필요한 때 아닌가
입력 2020-02-1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