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목회 일정에 따른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던 교회들이 행사 재개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적지 않은 교회가 사순절부터는 사역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이 또한 미지수다. 올해 사순절은 오는 26일부터 시작된다.
서울 서초구 A교회 목사는 17일 “사순절을 앞둔 이 시기는 보통 특별새벽기도회를 준비하거나 학생들의 새 학기 프로그램을 계획하느라 바쁜 게 정상”이라며 “3월부터는 구역 모임도 시작돼 교인들의 만남도 빈번해지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떤 계획도 세우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산이 잦아들어 다음 달 중순에라도 목회일정을 재개하고 싶다”면서 “이때도 놓치면 1년 목회 계획이 모두 흐트러질까 염려된다”고 했다.
교회식당 운영을 3주째 중단한 서울 종로구 B교회 담임목사는 “예배 후 교인들이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던 식당을 폐쇄하자 교인들의 불안감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23일에 식당을 열까 했지만, 장로님들의 우려가 커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긴장을 풀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국내 29번 확진자가 나온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면서 “교회도 최고의 안전 수준을 유지하고 예배 중에도 노약자들이나 폐와 심장이 좋지 않은 고위험군 교인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국민 행동수칙 중 하나로 가급적 외부행사를 자제토록 당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는 주문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교회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29번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밝혀질 때까지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9번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으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 성남의 C교회 담임목사는 “16일 주일예배 때 마스크를 한 교인들이 지난 주일에 비해 확연히 줄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예배드려도 된다’는 안내를 일부러 했다”면서 “안전불감증으로 병을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한 광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단한 행사도 재개할 계획이 당분간 없다”면서 “무리하면 자칫 교회가 안전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