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랑재단 신임 이사장 김승학(경북 안동교회) 목사에게 북한은 남다르다.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난 부모와 함께 어릴 적 통일전망대로 가 북녘땅을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 목사의 아버지는 평양, 어머니는 평안북도 선천 출신으로 6·25 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왔다.
지난 13일 5대 이사장 취임식을 마치고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이사장직을 수락한 이유를 “숙명”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남다른 인연도 있지만, 안동교회 8대 목사인 고 김기수 원로목사가 재단 설립자라는 배경도 컸다. 안동교회는 1909년 8월 선교사가 아닌 한국인 성도들이 세웠다. 김 목사와 교회는 복음화율 10%인 안동에서 지역과 기독인을 섬긴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김 목사가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데는 어머니의 기도가 있었다. 그는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30세에 늦깎이 신학생이 됐다. 김 목사는 “어머니는 늘 기도로 후원하시는 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목회자가 되기를 기도하셨다”면서 “뒤늦게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것도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재단 이사장이 됐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김 목사는 “어머니의 고향 선천은 기독교가 융성했던 곳”이라며 “당신의 고향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셨다”고 했다.
재단의 핵심 사업은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역이다. 중국에 빵 공장을 지어 ‘사랑의 빵’을 공급하는 동시에 이유식과 분유도 보낸다. 국민일보와는 ‘사순절 북한결식 어린이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지금 북한엔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많다”면서 “경건과 절제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게 우리 재단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돼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빵이나 분유 외에도 황폐화된 북한의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해 2016년부터 묘목을 보내고 방한복 등도 제공해왔다”면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 사역이 재단 사업의 전부는 아니다. 김 목사는 “전 세계에서 다음세대 목회자들을 양성한다”면서 “캄보디아엔 고아원을 운영하고 케냐엔 고등학교를 지원하고 연해주에선 신학교를 후원한다. 국내에서도 섬김과 봉사를 한다”고 소개했다.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역들을 새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전임 이사장님들에 비하면 여러모로 부족한 게 많다”면서 “하지만 시대적 요청에 맞춰 사역들을 고민하고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