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옳다?… 도덕적 우월감에 비판조차 허용 않는 민주당

입력 2020-02-17 04:07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사진) 고려대 연구교수를 고발했다가 취소한 일을 두고 진보 진영 내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만 옳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당 안팎의 쓴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태도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16일 이번 사태를 두고 “‘원팀’을 앞세워 이견이 있어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지도부에 불만이 있어도 대다수 의원들은 ‘알아서’ 개별 발언을 자제해 왔다. 과거 집권여당이던 17대 열린우리당 시절, 제 목소리를 마구 쏟아내고 수차례 지도부 교체를 반복하다 정권을 빼앗겼던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했다. 또 외부 비판은 진영 논리를 앞세워 반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판 내용에 귀 기울이기보다 비판한 사람을 공격해 비난 자체를 무력화시켜 온 것이다.

아울러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민주당 대변인실을 중심으로 언론 중재기관에 제소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사례도 지나치게 많았다. 임 교수 고발 건이 당 최고위원회에 서면 안건으로 올라갔지만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제발 고발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고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이 부재했던 것도 문제다. 한 의원은 “일선에서 ‘민주당만 빼고’라는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해 고발하자고 흥분했더라도 지도부에서 고발은 지나치다는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거를 뛰는 의원들 사이에선 “사과를 제대로 못해 일을 키웠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은 “고발을 주도한 홍익표 수석대변인 등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임 교수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데 대해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부 지지자들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까지 했다”며 “이는 향후 다른 이의 반대 주장까지 막으려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극성 지지자들의 이런 태도 또한 민주당엔 양날의 칼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연일 여권을 향해 강한 비판 발언을 내놓고 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인터넷 사이트 레드필에 올린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는 오로지 지지자에게만 해당된다. 그들은 자유한국당보다 더 배타적, 불용인(앵톨레랑스)의 정치집단이 됐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며 “진보에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민주당은 물론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김나래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