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32)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0승을 달성했다.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19승을 달성한 뒤 준우승만 5차례에 머무르면서 1년 11개월을 끌고 온 아홉수를 뿌리치고 ‘골프 여제’의 부활을 선언했다.
박인비는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파73·664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평균 68타의 언더파 행진을 펼쳤던 3라운드까지의 성적보다 부진했지만 강풍으로 선수들의 오버파가 속출하면서 박인비가 우승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박인비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2위 에이미 올슨(미국)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박인비는 2008년 6월 US오픈에서 투어 첫 승을 신고한 뒤 12년 만에 통산 20승 고지에 올랐다. 박세리(25승)가 2003년에 달성한 이래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20승 고지를 두 번째로 점령했다. LPGA 회원 전체로는 20승을 달성한 28번째 선수다.
도쿄올림픽 출전에도 청신호를 밝히게 됐다.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는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올 시즌에는 4년 만의 개막전 출전으로 랭킹 포인트 수확을 서둘렀다. 박인비는 지난 10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 랭킹에서 17위로, 한국 선수 중 6위에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세계 랭킹 15위 이내, 한국 선수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이날 우승으로 박인비는 10위권 초반대로 뛰어오르며 올림픽 출전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날 1번 홀(파4)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박인비는 그러나 3·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3라운드까지 2위였던 조아연(20)이 흔들린 틈에 올슨과 류위(중국)가 치고 올라 박인비를 추격했다. 하지만 강풍으로 2위권의 류위가 16번 홀부터 3연속 보기로 자멸한 반면 박인비는 17번 홀(파4)에서 버디 퍼트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한편 지난주 빅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챔피언조에서 최종라운드를 펼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인왕 조아연은 이번 대회에서도 뒷심이 부족했다. 이날만 4타를 잃어 합계 8언더파 284타로 공동 6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8년 만에 참가한 호주 대회에서 우승을 거둬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