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호(號)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주친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래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자사주 매입 등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전자투표제 확대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시장의 눈은 다음 달 예정된 현대차 정기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정의선(사진)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현대모비스 정기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인 만큼 일관되고 책임감 있는 정책과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다음 달로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재계의 관심은 다음 달 현대차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의장직을 넘겨받을지 여부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99년 3월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가량 이사회 의사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다음 달 16일까지로, 사내이사 지위를 유지하려면 다음 달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돼야 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주총에서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세대교체’는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이 도심항공 등을 포함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이를 진두지휘 중인 정 수석부회장에게 이사회 의장직이 넘어올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는 공식적으로 완료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16일 “다만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만든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것 역시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과 관련된 안건이 상정될지, 상정된다면 통과될지 여부를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차 주총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을 위한 방안도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이사회 구성을 사외이사 5명, 사내이사 4명 등 총 9명에서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를 각각 한 명씩 늘려 11명으로 확대했다.
올해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전 상장계열사가 전자투표제를 적용키로 했다. 개인 등 소액주주에게 주총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이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새롭게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