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비판적 칼럼의 필자와 신문사를 고발하면서 사고의 얄팍한 수준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고 반대 목소리를 짓누르려 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너무 쉽게 했다. 역풍에 부닥쳐 고발을 취하하면서는 그런 행태의 배경에 편 가르기가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냈다. 당 공보국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은 “고발이 과도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필자인)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굳이 덧붙였다. 문구는 ‘그래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던 것’이라고 설명하는 투였지만, 행간에는 ‘저 사람은 원래 우리 편이 아니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표현의 자유도 내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위험한 인식이 이 짧은 해명에서까지 읽혔다. 고발 취하 이후 이틀이 지나도록 민주당은 한마디 사과도 내놓지 않으며 오만함을 드러냈다. 공보국 입장문에 ‘유감’이란 단어를 겨우 집어넣은 게 전부였다. 지도부는 고발을 취하했으니 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행태는 제2, 제3의 임 교수가 출현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비롯됐고, 이는 비판적 국민의 목소리를 소송으로 겁박해 차단하려는 무례한 시도였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었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와야 한다.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자부하는 정당에 반민주적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현실을 민주당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민주화 세력이란 평가를 도덕적 우월감의 근거로 여기며 완고한 진영을 구축했고, 사안마다 진영의 힘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정치를 해 왔다. 사석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할 뿐, 당의 방향에 제동을 거는 내부 목소리도 그 진영의 힘에 눌려 전멸하다시피 했다. 칼럼 고발 사태는 이렇게 폭주하듯 굴러가는 정당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보다 진영의 이해관계가 앞서게 된 민낯을 드러낸 것이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많은 이들이 민주당을 우려하며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사설] 민주당, 사과하라
입력 2020-02-1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