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와 ‘배터리 소송’ 유리한 고지 선점

입력 2020-02-17 04:04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한 일련의 소송에서 LG화학이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이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 속에 최종판결까지 소송을 끌고 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양측이 합의를 위한 물밑 대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양사가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은 미국 ITC가 조기패소를 결정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포함해 모두 6건이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은 이들 6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예비판결이다. ITC는 조만간 결정의 근거를 공개할 예정이다. ITC가 지난 25년간 내린 결정을 보면 영업비밀 소송은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조기패소 결정 포함)이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원고인 이번 영업비밀 소송에서도 ITC 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이 10월로 예정된 ITC 최종결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이 ITC 최종결정 전에 관련 소송전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선 미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에 이어 1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계획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부품이 수입금지를 당할 경우 SK의 미국 배터리 사업은 사실상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와 투자 확대에 사활을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두 기업을 물밑에서 중재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 역시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을 오래 끌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LG화학은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면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이날 입장문에서 ITC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합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은 그간 견지해 온 것처럼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지만,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화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