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지는 북·미… 에스퍼 美 국방장관 “북한은 불량국가”

입력 2020-02-17 04:05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북한과 이란을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불량 국가들(rogue states)’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이들 불량 국가들이 중국·러시아에 이은 ‘2순위(second tier)’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불량 국가라는 표현을 에스퍼 장관이 사용함에 따라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에스퍼 장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거대한 권력 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미국)의 주요 안보 도전국은 중국이며 그 다음이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두 번째 우선순위가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 국가들”이라며 “마지막으로 폭력적인 극단주의 단체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 국방전략보고서(NDS) 내용에 따라 미국의 안보 위협을 이같이 분류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1순위 위협이고, 북한과 이란이 2순위이며 3순위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일 존스홉킨스대 기조연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불량 국가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불량 국가 지칭에 대해 “미국 스스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면서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중국에 대해 서구의 노하우를 훔치고, 작은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익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하에서 중국 공산당은 잘못된 방향으로 더 빠르고, 더 멀리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자유를 더 억압하고, 더 약탈적인 경제 관행을 시행한다”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 태세”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에스퍼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최근 거의 18t의 의약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중국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적 제재, 전 세계적 제재로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일관되게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 국가가 인권·경제·안전보장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위성에서 찍은 야간 사진에서) 완전한 암흑의 북한과 불빛이 반짝이는 한국의 차이점을 봤을 것”이라며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