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프레임 경고등’ 켜진 민주당, 내부서도 자성론

입력 2020-02-15 04:00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교수와 이를 게재한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한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14일 고발을 취하했지만 심상치 않은 여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에선 4·15 총선을 61일 앞둔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공보국 명의로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제기했던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임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했다”며 “그러나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임 교수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명시했던 공지문을 보냈다가 정정했다.

민주당은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고발은 부적절했다”며 “빨리 (고발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을 뿐 사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최근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갤럽은 “지난해 4∼6월, 지난 1월까지 네 차례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론이 견제론보다 10% 포인트 내외로 앞섰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응답이 비슷해졌다”며 “중도층에서 반전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여론조사는 고발 여파가 충분히 반영된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나도 고발하라’ 등 게시물이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진행한 검찰과 여권의 첨예한 갈등이 비판 여론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개혁 방안들이 정치적 사건과 관련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 변화는 민주당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씨 ‘미투(성폭력 고발) 파문’ 등 악재가 누적된 결과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에선 무조건 겸손한 게 중요한데, 여당이 오만하다는 프레임에 걸려버리면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은 “반민주적 민주당”이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억압이 민주당 선거전략이냐”고 비꼬았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