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짓눌린 산업계… 솟아날 구멍은 어디에?

입력 2020-02-16 18:11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임시 휴업 했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10일 오전 시설 방역 소독을 마친 뒤 영업을 재개해 이용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감염병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이 멈추고, 백화점과 마트, 시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 또 인파가 몰리는 대형 전시회와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국내외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도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여행을 취소했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끊기거나 감소했다.

◇공장 가동까지 멈추게 만든 코로나19=산업계는 말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지 생산공장을 둔 기업들과 중국에서 부품을 공급받아왔던 자동차업계다. 항공업계는 여행취소에 더해 정부의 태국,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여행자제 권고로 그야 말로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이달 5일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생산라인이 멈췄다. 현대 기아차는 가동 중단 후 인기차종을 생산하는 공장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을 재개했다. 투싼, 싼타페 GV80 등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과 쏘렌토, 모하비, K시리즈를 만드는 화성공장이 지난 11일 재가동됐고 울산4공장 1라인(팰리세이드), 아산공장(그랜저, 쏘나타), 광주1공장(셀토스)이 조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공장이 부품 부족을 이유로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버스와 트럭을 만드는 전주공장은 라인별로 21일부터 27일 생산을 재개한다.

한국GM도 코로나19 확산으로 17일과 18일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다만 부평2공장은 가동을 계속한다. 르노삼성차도 이달초부터 14일까지 휴업을 이어왔고, 쌍용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던 평택공장 가동을 지난 13일 재개했다.

항공업계의 경우 국적 항공사 8곳 한중 노선이 기존 59개 주 546회 운항에서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 봉쇄 후인 2월초에 주 380회로 운항 편수가 30% 줄었다. 이어 2월 둘째주에는 주 162회로 70% 감소했다. 정부의 여행자제 권고로 항공편 감소 추세는 동남아 노선으로 확대됐다. 저비용항공사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서울을 비롯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이미 중국 노선을 잠정 중단했고, 홍콩과 마카오 등 중화권 전체로 운항 감축이 확대되면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기업들은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달랐다. LG화학은 석유화학공장 대부분이 자동화공정이라 현재까지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현지공장의 물류, 원부원료 수급 및 가동률 조정 등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첫 발생지역인 우한에 공장을 둔 SK종합화학의 경우 공장 설비를 가동하는 10여명의 최소 인력만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오비맥주를 운영하는 ABV 인베브는 후베이성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생산되는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기로 했다. 농심과 오리온, CJ제일제당 등 중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최근 공장이 재가동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물류 상황이 좋지 않아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3일 코로나19 퇴치에 기여하는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화점 시장에 사람 줄고, 행사 취소 이어져=코로나19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계도 암울한 상황이다. 질병 확산 우려로 외출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온라인 쇼핑은 치솟고 있는 반면, 오프라인 매장의 위세는 더 위축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백화점 고객 수가 예년보다 10% 많게는 2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지가 많은 서울 중구 매장들은 30%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늘던 이달 첫 주말 롯데백화점의 1일부터 2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과 비교해 11% 떨어졌고, 명동 본점은 3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온라인 롯데마트 몰 배송 건수는 전년 설 연휴 이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0%가 넘게 뛰었다.

최근 확진자가 잇따라 매장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크게 곤욕을 치렀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23번째 확진자의 방문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임시 휴점했다. 1979년 개점 후 최초다. 업계에서는 매출 손실이 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본다.

면세점업계도 코로나19에 불똥이 튄 상황이다.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이 줄면서 최근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45%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잇따른 매장의 확진자 방문으로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들이 임시 휴점을 진행했고, 주요 매장들이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반면 온라인 쇼핑은 소비가 대폭 증가했다. 지난 11일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온라인 결제액은 2조5087억원으로 작년 설 연휴 직후 일주일 간 온라인 결제액인 1조7367억원에 비해 무려 44.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결제액은 8조2840억원에서 9조530억원으로 9.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위생용품 업계의 경우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옥션에서는 국내 신종 코로나 우려가 번지던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 같은 요일보다 2810%나 뛰었고 핸드워시(744%)와 액상형 손 세정제(678%), 손 소독제(2927%)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마스크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보다 9118%나 늘었고 핸드워시(3545%)와 액상형 손 세정제(1만6619%), 손 소독제(4496%) 등도 올랐다.

배성은·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