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주문할 게 별로 없다. 너무 잘해주고 계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6대 기업 총수와 최고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 기 살리기’라고 불릴 정도로 참석 기업의 최근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모두발언에서부터 총수들에게 “기업이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자 대기업부터 투자 등 경제활동에 솔선수범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에 나서겠다며 건의 사항을 내놓았다. 제일 먼저 발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위기는 항상 있었고 극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보다) 협력사의 어려움이 더 크다. 실질적 지원이 일어날 수 있게 세심히 챙길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이다.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자동차는 우리 정부의 신속한 지원으로 현재 40개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 중 38개가 재가동을 개시했다”며 “항공 관세를 해상운송 기준으로 한시적으로 인하해 달라. 항공운임은 (해상보다) 30~50배 차이가 난다”고 건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중 항공화물 운송이 폐쇄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웨이퍼의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화물 운송 항공편을 축소하지 말 것을 요청해 달라”고 건의하며 “앞으로 SK는 투자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년 수준의 투자와 고용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LG는 안정적 부품 조달 공급망의 구축을 위해 생산전략을 재점검하는 중”이라며 “핵심소재 부품의 특정지역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화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소 협력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을 언급하면서 “천재적 봉준호 감독과 영화인, CJ 지원이 조합된 결과”라고 소개했다. 이어 “위기는 짧은 시기에 잘 극복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도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인식해 주시고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롯데는 상생협력 대책을 강구 중이다. 대통령께서 쇼핑몰에 한번 들르시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건의한 ‘적극 행정에 대한 공무원 면책’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이 적극행정 시행의 경우 공무원에게 면책뿐 아니라 포상까지 하는 방안을 이미 발표했다”고 설명하는 한편 사전컨설팅 제도도 경제부처가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전컨설팅 제도는 적극 행정을 할 때 해당 행위가 문제가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논의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기업인들이 정부의 적극적 금융지원을 건의하자 문 대통령은 배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위원장의 의지가 은행 창구에도 내려가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을 들은 뒤 “답변이 안 된 부분은 관계부처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속도감 있게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