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주장이 한가득 담겨 있다. 환경주의자들이 지고의 가치로 삼는 슬로건들을 꺾고 비틀어서 그 이면을 드러내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거두절미하고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이라고 규정한 것들 가운데 몇 가지만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기후변화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할 것이다” “최근의 날씨는 장기적 기후변화의 증거다” “인간이 환경을 변화시키게 된 것은 산업 과학 시대 이후다” “인간의 개입만 없다면 지구의 기후는 안정적이다”….
즉,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저런 이야기들이 얼마간 엉터리라는 것이다. 만약 저런 주장이 전부 가짜뉴스라면 그동안 많은 환경단체는, 유수의 학자들은, 각국의 정부는 전부 헛발질만 했다는 것인가. 이쯤 되면 저자가 반(反)환경주의 진영의 누군가일 거라고 넘겨짚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책을 펴낸 대니얼 보트킨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생태학자다. 기후변화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연구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알려졌다시피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상승했다. 유엔 산하 과학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금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상당수의 지구촌 생명체가 멸종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저자는 통념을 박살 내는 주장을 잇달아 내놓는데 이런 대목이 대표적이다.
지난 250만년 동안 지구에는 기함할 정도로 극심한 수준의 기후변화가 수차례 있었다. 10~13세기 온난기에는 지금보다 지구의 기온이 더 높았고, 15~17세기 소빙하기 때는 무더운 중국 남부 지역에 서리가 내리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의 개입과는 상관없이 기후라는 것은 꾸준히 변화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지구 역사에서 기후변화로 멸종된 생물은 “놀라울 정도로 극소수”라고 지적한다(마지막 빙하기 동안 북미 지역에서는 식물 1종만 멸종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여러 종의 절멸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기후변화 외에 다른 원인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에게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은 불편하고 불온하게 여겨질 것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환경문제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게 아니다. 기후변화 이슈만이 선결 과제라는 식의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마지막 미신이라고 규정한 슬로건은 “기후변화에 비하면 다른 모든 환경문제는 사소하다”이다.
산불이 자연에 긍정적일 수 있다거나, 태양이나 풍력을 활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이 생각보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식의 내용도 담겨 있다. 책의 핵심 주장을 갈음할 수 있는 대목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대표적일 듯하다. “만약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종 행동, 프로그램, 국제정치적 합의(조약 등)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건, 엄청난 수준의 행동 노력 비용을 들이겠다는 데 동의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굵직한 문제들을 포함한 수많은 다른 중요 환경 문제들은 무시되고 필요 자금도 마련하지 못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