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민주당의 두 번째 대선 후보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5.9%의 득표율로 첫 승리를 기록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24.4%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는 12일 오전 8시 현재 97%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실시된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부티지티 전 시장이 26.2% 득표로 26.1%의 샌더스 상원의원을 0.1% 포인트 차로 눌렀던 만큼 두 사람은 1승 1패를 나눠 가진 셈이 됐다. 민주당 경선의 초반전이 진보를 상징하는 샌더스와 38세 ‘젊은 바람’ 부티지지 간의 ‘신(新) 양강’ 구도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그쳤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뉴햄프셔에서도 8.4%의 득표율에 머물며 5위로 추락했다. 대권 3수에 도전했던 바이든은 기사회생이 힘든 상황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중도 세력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던 바이든의 몰락으로 갈 곳 잃은 중도 표심 싸움이 본격화됐다.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깜짝 스타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었다. 미네소타주를 지역구로 둔 중도 성향 여성 후보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에서 1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클로버샤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5위에 그쳤었다. CNN방송은 클로버샤가 뉴햄프셔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과 백인 고학력 여성층의 지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9.3%의 지지율로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두를 달리는 샌더스는 78세 고령에다 급진적인 성향이 걸림돌이다. 4년 전 2016년 민주당 경선 당시 샌더스가 뉴햄프셔에서 60.1%의 득표율로 37.7%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압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되레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티지지 돌풍 지속 여부도 관심사다. 중서부 소도시(사우스벤드)의 시장 재선 경력이 전부인 부티지지는 정치 경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결국 중도 표심의 향배가 향후 경선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이 몰락한 자리를 아이오와에선 부티지지가 차지했고, 뉴햄프셔에선 클로버샤가 많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가세하면 중원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는 22일에는 네바다 코커스, 29일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의 경선 구도는 14개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이 지나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계 사업가 앤드루 양과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양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자 하차를 선택했고, 베넷 상원의원은 지난해 4월 전립선암 치료를 마친 뒤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낙승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전 8시 현재 개표율 96% 기준으로 85.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