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불안에 얼어붙은 경기… “할 일은 하자” 목소리 확산

입력 2020-02-12 18:42 수정 2020-02-12 21:25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점포에서 부산어묵을 구입하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상인이 “(코로나19 사태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3분의 1로 준 것 같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힘내고 이겨냅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경제 심리까지 마비시키면서 경제활동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주의는 하되 과도한 불안감은 떨쳐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경제활동 정상화 캠페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2일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상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하루빨리 불안감을 떨쳐내고 다시 일상활동, 특히 경제활동, 소비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며 “저는 저대로, 총리는 총리대로 ‘안전하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떨쳐버리자’는 캠페인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위축은 심각했다. 문 대통령이 들른 어묵가게 상인은 “(매출이) 거의 3분의 1로 준 것 같다”며 “사람 자체가 안 돌아다니니까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다른 상인들도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이 없어서 너무 힘들다” “(관광객이) 70% 이상 떨어진 것 같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상인들을 위로하면서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에게 줄 스틱형 홍삼액을 30박스 구매했다. 어묵도 4만8000원어치를 샀다.

청와대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경기 위축이 감염 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온양온천 전통시장을 찾아서 농산물을 산 바 있다. 청와대는 14일부터 3개월간 매주 금요일에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주변 식당을 이용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다.


정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고 “방역은 빈틈없이 하되 지나친 위축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앙부처나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무조건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철저하게 방역 조치를 마련하고 예정된 행사들을 계획대로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라고 하더라도 소독을 하고 이틀 후부터는 운영해도 괜찮다는 것이 방역대책본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국방일보를 통해 육·해·공군사관학교 입학식에 부모가 참관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가 반나절 만에 이를 번복했다. 정 총리의 지침에 따라 급히 입장을 바꿔 부모 참석을 허용한 것이다. 해군사관학교는 14일, 공군사관학교는 17일, 육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는 21일 입학식이 열린다.

중수본도 12일부터 시행한 ‘집단행사 방역관리 지침’에서 노인이나 영유아, 임신부 등 취약계층이 많이 모이는 행사,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에 집결하는 행사 등에 대해서만 연기나 대상자 축소를 권고했다.

막연한 불안 탓에 감염 여부 검사를 의뢰하는 것도 과도한 처사라고 보건 당국은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리하는 대상은 위험 국가로부터 들어온 지 14일이 안 된 분”이라며 “역학적 연관성이나 증상이 없는데 단순 불안감 해소를 위해 검사를 받는 건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수 김영선 손재호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