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잇단 악재 속 생존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업계 1위 제주항공마저 2010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제주항공은 12일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며 경영진 임금 30% 이상 반납 등을 시작으로 한 자구책 마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작년부터 항공업계가 공급과잉과 한·일 관계 이슈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항공 여행수요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수익성 저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국면에 진입했다”고 위기경영 체제 돌입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전날 잠정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32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1분기까지 19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일본 불매에 이어 홍콩시위, 코로나19 사태 등 외부 악재가 이어지며 2~4분기 영업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제주항공은 기존 승무원 대상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고 수익성 제고, 기단규모 조절, 투자우선순위 재설정 등을 진행한다.
비단 제주항공뿐 아니라 LCC 전체가 과당경쟁 최고조에서 터진 각종 악재에 손발이 묶여버렸다. 수익성 좋은 일본 노선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이에 대응해 발 빠르게 움직였던 중국·동남아 노선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중단이 속출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올 상반기 LCC 영업도 사실상 끝났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중장거리 노선으로 대응이라도 가능하지만 LCC는 보유 기종은 물론 노선도 제한적”이라며 “5월로 기대되는 안정 국면이 와도 여행수요가 돌아오는 시차까지 고려하면 올여름까지는 사실상 반등의 모멘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봤고 나머지 LCC도 여건은 마찬가지다.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역시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받고 있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지난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발표에 이은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LCC는 물론 올해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LCC조차 걸음마도 떼기 전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현 상황에선 매물이 나와도 제대로 된 협상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