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노인 일자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청와대는 경제활동인구 총량 유지를 위한 고령자 활성화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사실상 정년 연장 논의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기업에 정년(60세) 이후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방식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노인 사회 안전망이 부실해 고용 연장은 정부가 마땅히 검토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시기에 대통령이 이 사안을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서는 ‘총선용 매표발언’이라고 비판하는 등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고용 연장은 노동계와 재계, 청년·중장년 등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민감한 주제다.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모은 뒤 시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중장년 노동자들은 고용 연장을 대체로 환영할 테지만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늘게 돼 꺼리기 마련이다.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게 되면 자연히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문은 더 좁아지게 될 것이다. 혜택이 노후 준비가 부족한 저소득 노동자들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고용 연장을 제도화하려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연공서열식(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개편하는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 연장이 이 같은 제도 개선과 맞물리지 않을 경우 노사 갈등의 새 불씨가 되고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켜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등의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임기 말인 2022년쯤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기와 내용을 정해 놓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총선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논의의 틀을 가동해 사회·경제 상황, 기대효과, 부작용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 가면서 신중하게 추진하길 바란다.
[사설] 고용 연장하려면 노동경직성부터 완화해야
입력 2020-02-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