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주인공을 꿈꾸다] 근대5종 108년간 불모지였는데… “금 딸 겁니다”

입력 2020-02-13 04:05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을 조준하고 매일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펼치고 있다. 전웅태는 승마, 크로스컨트리, 수영(왼쪽부터 시계방향), 사격, 펜싱을 하루 3종목으로 분배해 훈련하고 있다. 문경=김철오 기자,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목표는 금메달입니다. 근대5종이 올해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지켜보십시오.”

이렇게 자신만만할 수가 있을까. 1912 스톡홀름올림픽에서 시작돼 역사만 108년이 된 근대5종에서 한국은 단 한 번도 메달을 수확한 적이 없다. 근대5종은 수영, 승마, 사격, 펜싱, 크로스컨트리로 구성돼 있다. 20세기 유럽을 상징하는 종목들이다. 금메달도 대부분 유럽의 몫이었다.

동아시아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겠다고 나섰다. 한국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25) 얘기다. 최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전웅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금메달’을 입에 올렸다.

배짱일까. 무모함일까. 한국 근대5종의 최근 성과를 보면 그의 자신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은 2017년부터 ‘황금세대’를 이뤘다. 대표팀 주장 정진화(31)를 필두로 현 세대 간판선수인 전웅태·이지훈(25)까지 남자 국가대표 7명 중 3명이 상위 랭커다. 전웅태의 경우 2018년 근대5종 월드컵부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금메달을 석권하고 한때 세계 랭킹 1위를 찍었다. 현재 랭킹은 10위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톱클래스 수준이다. 한국은 2장의 올림픽티켓을 확보했는데 국내 2위 전웅태는 3위와 격차가 큰 편이어서 출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전웅태는 “한국이 정상권에 있으니 해외 대회에서 많은 견제를 받는다. 훈련장에 가까이 다가와 구경하는 일도 있다.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며 웃었다.

전웅태는 중학생 때 수영에서 근대5종으로 전환했다. 그는 “소년체전에서 탈락한 뒤 우연하게 근대5종을 알게 됐다. 장래가 걸린 일인데 어머니는 스스럼없이 ‘해보라’고 권했고, 나도 무슨 생각인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웅태는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하다. 스승에게 혼나는 게, 경쟁하는 동료에게 지는 게 싫었다. 패배한 뒤 부모님 앞에서 울고 싶지도 않았다 한다. 이 ‘싫은 것들’을 넘어서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어느새 목표에 하나씩 다다르는 자신을 보게 됐다.

그는 “노력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이렇게 하다보니 기록이 좋아졌다. 시간이 지나며 연령대 1위, 전국 1위, 세계 랭커가 돼 있었다”고 떠올렸다. 근대5종에서 5개 종목을 하나씩 정복하는 과정은 전웅태의 성장담과 닮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해 ‘올림피언’의 꿈도 이뤘다. 당시 입상권에서 멀어진 19위로 완주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지금은 다르다. 25세로 전성기에 들어섰고, 크게 상승한 기량 못지않게 경험을 쌓았다. 전웅태는 “한국 근대5종의 역사에 획을 긋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2020년은 바로 그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경=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