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은행장에 권광석 낙점… 예상 깬 ‘반전’

입력 2020-02-12 04:05

권광석(사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낙점됐다. 예상을 깬 ‘반전’이다. 금융권에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께 일을 해왔던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인사관리(HR)그룹 집행부행장(수석 부행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고객 신뢰 회복’ ‘글로벌 전략’에 무게를 둔 행보라고 본다. 금융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 후보는 친화력과 돌파력이 뛰어나고 인맥 네트워크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은 1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로 권 후보를 단독 추천했다. 임추위는 “은행의 조직 안정화 및 고객 중심 영업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룹임추위의 위원장은 손 회장이 맡았다. 5명의 사외이사(노성태·박상용·정찬형·전지평·장동우)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1963년생인 권 후보는 88년 우리은행(당시 상업은행)에 입사한 뒤 미국 워싱턴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PE) 대표를 지냈다. 투자은행(IB) 업무와 해외 기업설명회(IR) 경험이 풍부해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권 후보가 추천된 배경엔 우리금융의 복잡한 사정이 자리한다. 우리금융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빚어진 ‘고객 신뢰 훼손’, 징계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의 ‘불편한 관계’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그룹임추위는 권 후보 추천 이유로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 내실 경영, 위험가중자산 관리 등의 경영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신뢰 회복을 앞세우면서 권 후보를 추천한 것은 우리금융이 금감원과의 긴장 관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사전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우리금융은 소비자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지주 안에 금융소비자보호조직을 신설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의 소비자브랜드그룹은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재편했다.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의 독립 조직이다.

또한 권 후보는 ‘글로벌 역량’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룹임추위는 “은행의 글로벌 전략 추진에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금융지주나 은행의 해외 영업은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글로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나 오른 2240억원이었다. 글로벌 사업의 ‘불씨’를 키워나갈 적임자로 권 후보를 지목한 것이다.

권 후보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객 신뢰 회복과 더불어 직원들을 다독이며 안정을 기할 시기다. 고객에게 단순히 커피만 대접할 게 아니라 고칠 부분은 과감히 고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이날 그룹임추위는 자회사 6곳의 대표이사 후보도 선정했다. 우리종금 대표이사에 김종득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보, 우리신용정보 대표이사에 조수형 우리은행 소비자브랜드그룹 집행부행장보, 우리펀드서비스 대표이사에 고영배 우리은행 신탁연금그룹 상무를 선출했다. 우리카드 정원재 대표이사와 우리FIS 이동연 대표이사, 우리금융연구소 최광해 대표이사는 연임됐다.

최지웅 기자,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