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망자 1000명 넘었지만… ‘부실 진단키트’ 확진자 못 걸러

입력 2020-02-12 04:03
중국 산둥성 남부 린이에서 지난 10일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검사를 위해 한 의심환자의 코에서 점액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중국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의료품과 병상 등 장비와 시설이 부족해 방역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코로나 진단키트 공급을 급하게 늘렸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환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에서는 배관을 통한 에어로졸 감염 의심 사례가 발견돼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신종 코로나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11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시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4만2638명, 사망자는 1016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2478명, 사망자는 108명 증가했다.

발병지 우한이 포함된 중국 후베이성은 10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2097명, 사망자가 103명 각각 늘었다. 우한에서만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552명과 67명에 달했다. 하지만 우한에서는 여전히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에 사는 양모씨의 어머니(57)는 지난달 말부터 증세가 나타났으나 지난주 목요일에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씨의 어머니는 1일 진료 예약을 했지만 진단키트가 없었고 진단키트를 겨우 확보한 이틀 뒤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그럼에도 상태가 악화돼 다시 검사했고 그제서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우한에서는 지난달 16일까지 진단키트가 부족해 환자의 시료를 베이징에 보내 검사한 탓에 진단에만 최소 3일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7개 업체에 핵산 방식의 진단키트 생산을 승인해줬고 이들이 생산에 들어가면서 키트 부족 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진단 정확도가 떨어져 제대로 환자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한 병원에서는 환자 한 명이 세 차례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폐 안의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 후에야 확진자로 분류됐다. 왕천 중국공정원 부원장은 “(진단키트) 검사의 정확도는 30~5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공기 중의 입자나 액체 방울로 감염되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아파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홍콩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배기관을 통해 같은 아파트 다른 주민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칭이 지역의 한 아파트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같은 아파트의 같은 ‘7호 라인’에 사는 35가구, 110명이다. 전염병 권위자인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는 “배설물을 옮기는 파이프 라인이 공기 파이프와 이어져 있어 배설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이동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의 장진 당 서기와 류잉즈 주임을 면직시키고 우한에 대해서는 구획을 나눠 출입을 통제하는 식으로 한층 강화된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