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부부가 친자식 2명을 빈방에 수일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둘째 아이가 숨진 사실을 숨긴 채 수년간 양육·아동수당을 챙겼고, 셋째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원주경찰서는 남편 A씨와 아내 B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치사)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결혼 후 강원도 원주의 모텔과 원룸을 전전하며 생활해 온 A씨 부부는 2015년 첫째 아들 C군(5)을 출산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6년 둘째 딸을 출산했으나 같은 해 가을쯤 숨졌다. 또 이들은 2018년 여름 셋째 아들을 출산했으며, 지난해 여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셋째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첫째와 둘째를 원룸에 둔 채 자주 집을 비워 방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와 셋째는 부모의 방임으로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게다가 이들 부부는 둘째가 숨진 뒤에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고 양육·아동수당을 수년간 챙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으로 생활해 온 이들은 둘째 딸 사망 이후 3년간 500여만원의 양육·아동수당을 챙겨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실시한 ‘2015년생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15년생 아동은 총 44만3857명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거나 해외에 체류하는 아동을 제외한 2만984명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조사 대상 아동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해 신체, 정서 등을 점검했다. 소재·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23명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원주시는 조사 대상인 C군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자 지난해 12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이들 가족의 소재를 파악한 뒤 C군이 이들 부부와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족관계증명서에 등록돼 있는 둘째 딸이 이들 가족과 한집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경찰은 “둘째가 친척집에 가 있다”고 얼버무리는 부부를 상대로 집중 추궁했고, 결국 딸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첫째와 둘째 자녀의 성별을 다르게 말하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셋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이를 추궁한 끝에 출생신고하지 않은 셋째의 존재를 확인했다.
경찰은 최근 이들 부부의 친인척 묘지 인근에 묻혀 있던 영아 2명의 시신을 찾아냈다. 그러나 시신이 백골상태여서 정확한 사인 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달 말쯤 이들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남편만 구속되고 아내의 영장은 기각되자 재신청을 거쳐 지난 10일 아내를 구속했다. 부모의 구속으로 홀로 남겨진 C군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의뢰해 보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첫째의 방임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둘째와 셋째의 방임으로 인한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며 “첫째와 숨진 아이들의 방임 학대가 더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