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수사·기소 주체 분리”에 檢 “정권의 기소 개입 속셈”

입력 2020-02-12 04:05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은 권력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라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난 것은 청와대·여권 수사 이후 현격해진 법무부와 검찰 간의 인식 차이였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추 장관은 조만간 검사장 회의를 열어 일선 청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내부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제도를 떠올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제처분에 의해 수사하고 기소를 안 하면 모순이다. 그런 오류와 독단이 생겨 기소를 안 하면 무능한 검사가 된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형사사법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그간 전문수사자문단, 검찰 심의위원회 등이 수사팀의 ‘레드팀’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추 장관은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기소 이후 무죄율이 상당히 높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여권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태에서 법무부가 일부 인사들을 동원해 사실상 기소 판단에 개입하려는 속뜻이 담긴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청와대·여권 수사를 둘러싸고 수사팀의 기소 의견, 지검장의 보완수사 의견이 충돌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기소를 지시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기소 여부를 검찰 내 친정권 인사에게 맡기겠다는 속내”라며 “이는 제도 개혁이 아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간담회에서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는 데 대해 “이미 수사 중이고, 기소가 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 있었던 일에 법무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코멘트’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을 꾸준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청와대가 임의제출 형식의 수사 협조마저 거부한 것으로는 첫 사례였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자료를 제출받았다”는 입장까지 내 가며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무부는 이날 사뭇 다른 견해를 내놨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결과적으로는 수사팀에서 원하는 자료가 충분히 협조되지 않았다”면서도 “특별히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기소를 할 수 있는 것을 못했는지, 이런 것은 나도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돼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호가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전체가 공개될 경우에 나머지 피의자 신분인 분들에게 누를 끼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결국 공소장을 통해 수사 중인 나머지 관련자들의 피의사실이 노출되는 점을 우려했다는 얘기인데, 법조계에서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