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거 뒤 ‘혹사’ 그림자… 감독 해명이 논란 더 부추겨

입력 2020-02-12 04:06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의 올림픽 진출이라는 쾌거에도 여자 농구대표팀은 웃지 못했다. 결과는 좋았을지라도 구시대적 ‘혹사농구’를 선보이면서 내용면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11일 귀국한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혹사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지만 일부 선수는 “문제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팀내 분열상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9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농구 최종예선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처음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낭보를 갖고 돌아온 이문규호였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B조 네 팀(한국, 스페인, 중국, 영국) 중 3위까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가장 해볼만한 영국전에 총력전을 펼치며 승리를 거둔 것까지는 옳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문제였다.

이 감독은 영국전에서 엔트리 12명 중 단 6명만 기용했다. 이중 절반인 3명은 1초의 휴식도 없이 40분을 꽉 채워 뛰었다. 결국 체력저하로 4쿼터 중반 16점차로 앞서 나갔던 한국은 막판 80-79 1점차까지 쫓겼다. 대역전패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이다.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던 대표팀은 다음날 중국전에서는 60대 100 대패의 망신을 샀다. 스페인전 37점차 패배를 포함해 3경기 득실 마진이 무려 -74점이나 됐다. 1승에 만족하기에는 선수 기용 및 수비 전술 등이 형편없었다는 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선수 혹사 논란’에 휩싸인 이문규 대표팀 감독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귀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난 이 감독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한 총력전이었을 뿐 (혹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국내 리그(WKBL) 경기에서도 40분을 다 뛰곤 한다”라고 강변해 또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수준차가 있는 리그 팀내 선수 구성과 최고 선수들만 모인 국가대표 상황을 동일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팀내 에이스인 박지수는 이날 “이번 대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다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작심한 듯 말했다. 나아가 “(중국전 대패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게 많이 창피하다고 느껴졌다”고 고백, 1승에 만족한 감독과 결이 다른 반응을 내비쳤다.

한편 이 감독에 대한 비판이 가시지 않음에 따라 그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림픽 최종예선까지였다. 올림픽 진출에 성공할 경우 재계약이 유력했지만 여론이 워낙 나빠 대한민국농구협회도 상황을 주시 중이다. 이 감독은 “(계약 부분은) 제가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