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숙원 사업 착수… 국립중앙박물관 신났다

입력 2020-02-12 04:07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유산 종합병원’은 신축하고, 국립충주박물관은 새로 짓고, 국립진주박물관은 진주성 밖으로 이전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신났다. 3개 숙원 사업에 대한 예산이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대표 박물관으로서의 위상도 강화되고 공익적 기능도 더 잘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 통과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 ‘문화유산 디지털과학센터’와 충북 충주 국립충주박물관의 신축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숙원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기존 보존과학부에서 고정밀 스캐너를 이용해 유물 관련 고해상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장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우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유산 디지털과학센터’(이하 과학센터)를 관내 부지에 건립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박물관 건물 안에 보존과학부를 두고 있지만, 앞으로 5년 후면 박물관 북쪽 부지에 과학센터 건물을 새로 지어 독립시키게 된다. 1976년 인력 2명으로 보존과학실을 만든 이래 48년 만에 병든 문화유산을 고치는 명실상부한 종합병원을 출범시키게 된 것이다.

2024년 완공되는 과학센터의 연면적은 9362㎡(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현재의 4.7배로 커진다. 올해 기본설계비로 5억원을 반영하는 것을 비롯해 5년 동안 총 2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기존의 분석·진단실 외에 디지털 보존·복원실, 개방형 보존처리실, 실감형 콘텐츠 체험실 등을 새로 갖추게 된다. 디지털 보존·복원실의 경우 유물이 훼손·파손됐을 때 디지털 기술로 가상 복원시킴으로써 복원 과정을 돕는다. 15억원대의 질량분석기도 새로 장만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기는 산지(産地) 추정에 쓰여 유물 분석력을 높일 수 있다. 고구려 유물이 교역을 통해 신라에서 출토되더라도 고구려 산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박물관은 전시 기능 못지않게 문화유산의 보존 및 과학적 조사도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는 인력과 장비의 한계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만 다뤘지만 앞으로는 국가대표답게 국내외 다른 박물관의 수요에도 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충주박물관은 충북도·충주시와 협의를 통해 2026년까지 393억원을 들여 탄금호 조정경기장 내 2만㎡ 부지에 건축 면적 9635㎡ 규모로 조성된다. 충북 북부와 강원, 경기 이천·여주 등 중원문화권에서 출토돼 청주국립박물관 등이 보관 중인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2만8000여점이 수용된다. 완공되면 14번째 국립박물관이 된다.

현 충주박물관에서 보존 중인 충주고구려비(옛 중원고구려비). 충주박물관 제공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충주는 고대에 고구려 등 북방 문화가 영남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었다. 광개토왕비보다 더 오래된 고구려의 석비 충주고구려비(국보 205호)가 이곳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면서 “한반도 고대사 측면에서 중요한 이 지역에 국립박물관이 생겨나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가까운 박물관이 춘천박물관일 정도로 문화소외지역인데, 국립충주박물관이 문화적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남 진주시 진주성 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성 밖 옛 진주역사 부지로 이전한다. 사적지인 성 안에 위치한 탓에 유물의 전시 및 관리가 크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양수 학예연구관은 “진주성이 복원되면서 성문이 축소됐기 때문에 전시 유물을 운송할 때도 5t 트럭이 들어오지 못해 일일이 작은 차에 옮겨 실어야 했다. 화재 시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점도 유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며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기본계획 용역비로 3억원이 책정됐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