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미애 장관, 청와대 호위무사 되려는가

입력 2020-02-12 04: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검찰총장과의 마찰, 수사라인을 뒤흔든 검찰 인사, 청와대 관련 공소장 비공개 논란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공정한 인사”라던 주장을 되풀이했고 “공소장은 그동안 공개해 온 관행이 잘못됐던 것”이라며 비공개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그의 행보를 둘러싸고 숱한 지적과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듯 보였다. 청와대를 수사하는 검사들의 자리를 바꾸고, 그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을 흔들고, 청와대 관련 인사들의 공소장은 감추는 일을 모두 개혁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어떤 논란이 있어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르지 않았다. 법무장관의 간담회라기보다 청와대 호위무사의 다짐을 듣는 것 같았다.

추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의 기소 결정에 제동을 걸어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로 기소가 이뤄졌던 상황에 대해 “기소 판단은 검사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일반적인 감독권”이라고 깎아내렸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가 제출토록 요구했는데 법무부가 거부하며 요약본만 넘긴 것에 대해서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면서 “그동안 간과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안 모두 청와대 관련 인사들의 행태가 공소장에 명시된 것이었다. 수사팀과 검사장의 의견 충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찰총장과 충돌한 검사장의 손을 들어줬고, 노무현정부에서 시작해 10년 넘게 지속돼 온 공소장 국회 제출을 반헌법적 구태로 몰아갔다. 청와대가 적법하게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거부한 것에는 “얘기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정권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가로막고 감추는 조치를 법무장관이 앞장서서 옹호하며 도리어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추 장관은 “검찰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수 있어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중립성·객관성은 중요한 가치인데, 추 장관의 법무부가 벌여온 일을 보면 수사-기소 분리가 거꾸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립성과 객관성을 해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추 장관은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부처를 맡고 있다. 법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제발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