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공공임대아파트 수페리체의 장기 입주지연 사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책임소재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동안 입주예정자들 피해만 커지고 있다.
군산시는 최근 수페리체 문제를 풀기 위해 자체검증단을 꾸려 공정률을 재산정키로 했다. 공정률이 80%를 넘는지 들여다보고 환불 가능성을 검토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동을 걸었다. 자체검증단이 공정률을 측정할 전문성 등을 갖추지 못해 전문 감리업체를 선정해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다. 군산시와 HUG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관망만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사태 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페리체는 지난해 12월까지 18개월간 입주지연으로 공사가 완전 중단됐다. 보증사고 처리돼 HUG에 모든 책임권한이 넘어갔다. 입주예정자들은 즉시 환불해 달라고 요청한다. 군산시·HUG는 현시점에서 공정률이 80%를 넘었으면 환불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공정률이 정확한지 재조사를 한 뒤 환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주예정자들에게 약속했다(국민일보 2020년 1월 29일자 22면 기사 참조).
군산시는 지난달 31일 공동주택건설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체검증단을 꾸려 수페리체 공정률을 재검증한다는 계획을 HUG 중부관리센터에 통보했다. 자체검증단에는 건축·건설·시공 전문가 10명이 참여한다.
이에 HUG는 자체검증단이 ‘감리자격이 있는 자’로 보기 어렵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HUG 중부관리센터는 지난 5일 군산시에 공문을 보내 “자체검증단은 감리자격을 갖춘 감리자로 볼 수 없으며, 감리자 지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률 재검증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주택법 등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의 주택건설공사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종합분야, 설계·산업관리의 세부분야 중 일반 또는 건설사업관리로 등록한 건설기술용역업자를 감리자로 지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 감리업체만이 공정률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산시는 자체검증단 구성에 동의했던 HUG의 반대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11일 “감리사협회 등에 등록된 감리전문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기 때문에 공정률이 80%를 넘는지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HUG 주장대로 감리업체를 선정하려 해도 난관이 많다.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업계 특성 때문에 기존 감리업체가 산정한 공정률을 뒤집기는 사실상 어렵다. 향후 대규모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도 크다. 별도 입찰 과정을 거치더라도 참여하는 감리업체가 없으면 수개월 동안 공정률 검증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늦춰지는 시간은 고스란히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또한 군산시와 HUG가 갈등을 빚는데도 국토부는 ‘복지부동’이다. 군산시와 HUG가 협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을 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군산시 결정이 주효하다. 다만 HUG도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주예정자들은 기약 없이 공정률 측정만 기다리는 형편이다. 양윤희 입주예정자비상대책위원장은 “국토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