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억여원의 관리비가 사라지고 관리소장 등 직원 2명이 잇따라 숨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대해 구청이 단순 시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아파트 운영과 관리·감독에 책임이 있는 동대표들에게는 2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노원구는 지난 10일 A아파트 주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국민일보가 11일 입수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동대표 4인과 사망한 관리소장, 경리직원은 최근 10여년간 장기수선충당금을 비롯한 관리비를 제대로 회계·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11건과 행정지도 3건 등 조치를 받게 된다. 불이익이라 할 만한 실질적인 제재는 동대표 4인에게 아파트 공사업체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했다며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한 게 전부다. 해당 처분은 이달 말 확정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장부상 기록보다 실제 예금 잔액이 9억9300만원 부족할 정도로 회계관리가 부적정했다”며 “14억원 규모의 배관 공사를 계약하면서도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를 일체 작성하지 않는 등 집행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횡령액 중 3억4000만원은 숨진 경리의 개인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나머지 6억5000만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주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A아파트 주민 B씨는 “10년 치 비리를 조사해놓고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친다니 말이 안 된다”며 “관리비 수억원을 횡령한 경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묻느냐”고 말했다.
노원구는 법령에 따라 합당한 처분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비를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처분 대상자인 동대표 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