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코로나 사태 와중에 외유성 연수가 웬 말인가

입력 2020-02-12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와중에 외유 성격이 짙은 해외 연수를 다녀오는 지방의회 의장들과 지방공무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방역과 감염자 검사 및 치료에 비상이 걸렸는데 버젓이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행태에 할 말을 잃은 지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남 득량만권·강진만권 행정협의회는 지난달 29일부터 10박12일 일정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연수를 다녀왔다. 청정 연안 보전과 개발 정책을 벤치마킹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이와 별 관계가 없는 대성당이나 궁정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협의회 회장인 보성과 장흥 군수는 연수를 취소했지만 군의회 의장 2명과 군공무원 8명은 신종 코로나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는데도 연수를 강행했다.

충남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도 지난달 28일부터 7박9일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3개국 연수를 다녀왔다. 리더십 역량 강화가 목적인 이 연수에 의회 의장단 15명 중 천안과 금산을 제외한 13명이 참여했다. 이 중 아산은 중국 우한에서 철수한 교민들의 임시 수용처로 결정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방의회나 지방공무원의 해외 출장을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은 아니다. 지방자치 선진국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견문을 넓히는 건 의정활동에 도움이 된다. 한번 잡은 해외여행 일정을 취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온 국민이 바이러스 확산에 초긴장 상태인데, 나몰라라 식으로 업무를 이탈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귀국 직후 감염 위험 때문에 5일간 자가 격리까지 했다고 한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해외 출장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야 하며 시기가 적절하지 않으면 선선히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잘 안 되니 불신이 높아지고 기초의회 폐지론까지 나오는 것이다. 지방 의회나 단체 구성원이 좀 더 치열한 공직 의식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