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 여행의 핵심은 바다와 야경이다. 바다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주변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광이 여행자의 발길을 이끈다. 서해를 찾는 것은 대체로 일몰을 보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일출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여행지가 몇 곳 있다. 충남 당진의 왜목마을과 충남 서천의 마량포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전남 무안의 도리포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칠산대교 덕분이다.
칠산대교는 전남 영광군 염산면과 무안군 해제면을 이어주는 다리다. 이들 지역은 함평만을 두고 서로 바라보고 있지만 승용차로 지방도로 굽잇길 62㎞를 돌아 70여분 달려야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리 개통으로 4~5분이면 연결된다.
다리 이름은 교량 바로 인근 조기(영광굴비)가 많이 잡히는 ‘칠산도 앞바다’에서 따왔다. 총길이 1820m, 폭 11.5m(왕복 2차로)로, 폭 1m짜리 인도도 설치됐다. 해가 지면 펼쳐지는 야경과 바다가 늦겨울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암흑처럼 어두워진 바다 위에 조명을 밝힌 칠산대교 모습은 황홀하다. 보랏빛과 푸른빛 등으로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며 화려함을 자랑한다.
영광에서 칠산대교를 건너면 바로 해제반도 북서쪽 끝 도리포다. 넓은 모래사장 옆에 송림이 우거져 있다. 자그마한 포구지만 해변에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칠산바다와 연접해 도미, 농어 등을 낚을 수 있는 바다 낚시터로 유명하다. 도리포 앞바다는 고려 상감청자 600여점이 인양된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도리포에서는 겨울철 함평의 바다 쪽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 바로 앞 방파제 끝에 최근 조성된 낙지 모양 등대가 이색적이다. ‘낙지의 고장’의 상징이다. 도리포 포구 반대편 칠산 바다 쪽의 일몰도 장관이다.
도리포에서 무안황토갯벌랜드까지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낮은 언덕을 넘고 구불구불한 해안을 돌 때마다 다른 풍경이 차례로 이어진다. 무안갯벌도 아득하게 펼쳐진다.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무안갯벌은 우리나라 바다 습지를 상징한다. 2001년 ‘습지보호지역 1호’에 이름을 올렸고,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람사르 습지(1732호)와 2008년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남쪽으로 향하면 홀통해변으로 연결된다. 홀통해변은 소나무숲과 모래 해변, 갯벌이 한데 어우러진 한적한 휴식공간이다. 이어 조금나루 해변이다. 감태(甘苔)가 갯벌 전체를 초록의 융단으로 변모시켰다. 가는 겨울이 아쉬운 듯 감태를 따는 어부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무안국제공항에서 가까운 톱머리항 방파제에는 비행기 모양의 조형 등대가 눈길을 끈다. 2017년 11월 설치된 등대는 높이 15m, 폭 3.5m 크기로 약 17㎞까지 불빛을 밝혀 선박들의 안전 항해를 돕고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무안군 청계면 구로리가 나온다. 이 마을 바닷가에 최근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을 불러모으는 독특한 경치가 펼쳐진다. 갯벌 위에 만들어진 ‘3S바다그네’가 해외 휴양지 못지 않은 황홀한 노을 풍경을 내놓는다. 3S는 ‘하늘 별 바다’의 영어 단어 첫 글자와 연관된다.
그네는 2012년 저녁노을에 반해 이곳에 터전을 잡은 한 사업가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멋진 해넘이에 임팩트를 줄 요소를 찾다가 2016년 9월에 설치했다. 하지만 공유수면 불법점거가 문제되면서 2017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같은 해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아 재설치했다. 현재 연간 1만6000여명이 방문하는 무안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 여행메모
황토갯벌랜드 이글루·캐러밴 숙박
낙지·양파한우·짚불구이… ‘무안五味’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전남 무안의 도리포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에서 빠지는 것이 빠르다. 3S바다그네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안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까지 이동한 뒤 렌터카를 이용해도 좋다. 무안국제공항까지 고속도로가 뚫려 광주에서 읍내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3S바다그네는 무료로 볼 수 있다. 바로 옆 펜션에서 하루 묵으면서 해넘이를 감상해도 좋다. 무안황토갯벌랜드 내에는 황토와 황토 대리석 등을 이용한 황토이글루, 캐러밴 등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먹거리로는 ‘무안오미(五味)’가 있다. 갯벌 세발낙지, 양파한우고기, 도리포 숭어회, 돼지짚불구이, 명산장어구이다. 무안읍내 공용버스터미널 뒤 ‘낙지골목’이 형성돼 있다. 도리포는 숭어로 유명하다. 몽탄역 인근 명산리 일대에 장어촌이 형성돼 있다.
무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