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훈 윤정희 부부 (9) “입양이라는 말 없어질 때까지 우리가 다 입양해요”

입력 2020-02-13 00:07
지난해 청와대가 주최한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김상훈 목사와 문재인 대통령, 김햇살군(왼쪽부터)이 함께했다.

3녀 2남,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과 함께 시내를 다니면 다들 흘깃흘깃 쳐다봤다. 그런데도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어깨가 펴지고 더 당당해졌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은 또 다른 계획을 내미셨다. 이번에도 동생 욕심이 많은 둘째 하선이를 통해서였다. 2008년 하선이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는 우리가 아이들을 더 많이 입양했으면 좋겠어.”

“하선아, 지금도 우리는 가족이 많아.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입양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가 다 입양하면 좋겠어.”

우리 부부는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에서 올라와 눈물이 났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낯선 가정에 가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하선이는 어른들을 탓하거나 사회를 비난하지 않고, 우리 가정이 대안이 되자고 했다.

물론 가슴으론 이해가 됐지만, 머리로는 여러 핑계가 떠올랐다. 하민이 언어치료에 요한이는 아토피로 아직 갈 길이 멀고 사랑이도 학교 가기 전 다시 안짱다리 수술을 해야 하고…. 이번에는 하은이가 하선이에게 설득당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 하선이가 동생을 한 명 데리고 오면 입양 아이가 한 명 줄어드는 거래. 우리가 행복하게 지내는 걸 생각하면 어서 동생을 데려와서 우리 가족으로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어.”

고민은 끝났고 행동할 때였다. 부모로서 해준 게 하나도 없는데, 사랑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이들이 이토록 건강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늘사랑아동센터에서 여섯째 햇살(16)이가 왔다.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하나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어서 이름을 햇살로 했다.

햇살이 역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밤마다 오줌을 싸는 덕에 새벽 두 시에 불을 환하게 밝히는 집이 됐다. 빨래한 이불이 마르지 않아 방석을 깔고 잠을 자는 날도 있었지만, 기쁨이 가득했다.

발육이 늦은 건지 발음이 늦은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요한이 사랑이 햇살이 모두 언어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미 언어치료를 받던 하민이와 함께 아내는 주 2회 치료실을 다녔다. 그런데도 아내는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주님이 주신 무언의 약속 말씀을 믿고 기다렸다.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초청장이 배송됐다. 입양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며 정부에서 포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여러 차례 고사했으나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결국 나와 햇살이가 대표로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부부가 아닌 우리 가족 전체가 받는 상이라 생각해서 받아들였다. 아내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도 해서 불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와 함께 참석한 햇살이에게 별도의 선물을 준비해 손수 건네주셨다. 햇살이와 우리 집 아이들의 꿈을 응원한다는 친필 메모도 담겨 있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