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이번엔 ‘雨환’

입력 2020-02-11 04:05
사진=신화연합뉴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째 이어졌던 호주 전역의 대규모 산불이 최근 집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소강 국면을 맞았다. 현재 불타고 있는 60여곳 가운데 20여곳이 진화됐고 40여곳 역시 ‘위험’ 단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시작된 폭우가 5일째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퀸즐랜드주부터 뉴사우스웨일스주, 빅토리아주 등 산불이 휩쓸었던 동부 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 비는 이번 주에 계속될 전망이다. 시드니의 경우 지난 주말 이틀 동안 4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최고 200㎜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에선 그동안 산불로 한국 면적보다 넓은 1100만㏊(11만㎢) 이상의 산림이 소실됐다. 그리고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고 6500여채의 가옥이 소실됐다. 사망자도 34명이나 됐다. 그동안 산불과의 전쟁을 치러온 소방 당국으로서는 폭우가 반가운 상황이다. 셰인 피츠시몬스 뉴사우스웨일스주 소방청장은 전날 채널7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환상적이다. 이번 비로 70일 넘게 타고 있던 초대형 산불을 포함해 여러 산불이 완전히 꺼졌다”면서 “아직도 남동부 해안 지역에 산불이 남아 있지만 그곳에도 곧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진화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도 상당히 회복했다. 시드니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와라감바댐의 저수율이 가뭄으로 40% 초반으로 떨어졌다가 이번 호우로 단숨에 62%를 회복했다. 이외에 바닥을 보이던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높아지면서 물 부족 문제가 대폭 완화됐다.

하지만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곳곳에서 도로가 유실되고 가옥이 침수되는가 하면 산사태 우려까지 발생하고 있다. 12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었고, 일부 지역에는 아예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바다와 가까운 시드니의 해안가 석호에는 높은 파도 때문에 상어가 유입되기도 했다.

그동안 산불 진압을 하느라 목숨까지 잃었던 소방관들은 이번에는 홍수 피해 현장에 투입돼 시민과 동물들을 구조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