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4년 치명적 손실… 대북 정책은 주권, 조속 재개 하라”

입력 2020-02-11 04:07

개성공단 폐쇄 4년을 맞은 10일 입주 기업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와 미국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벌크캐시(대량 현금) 유입 논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조속한 재개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4년이 됐다”며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과 협력업체들은 치명적인 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 6일) 대응 차원에서 그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단행했다. 북한도 개성공단 남측 자산을 동결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하면서 맞대응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5월 개성공단 자산 점검을 위한 남측 기업인 193명의 방북을 승인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북 정책은 주권에 해당하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미국 정부에 부당한 개입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란다면 남북 간 협력을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알렉스 웡(맨 왼쪽)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대북정책특별부대표) 일행이 10일 한·미 워킹그룹회의 참석차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 도착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 측은 북한 개별관광과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협력 사업의 개괄적인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위반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결의 2094호를 통해 벌크캐시의 북한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대북 결의 2371호와 2375호는 북한에 대한 투자와 합작 사업 신설을 금지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 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오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개성공단 재개는 현재로선 쉽지 않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통한 제재 완화 없이는 재개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