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 “통합우승·올림픽 메달 토스할게요”

입력 2020-02-11 04:06
현대건설 이다영이 지난달 30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팀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올 시즌 이다영은 리그 통합우승과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목표는 당연히 통합우승이죠. 올림픽 목표는 메달 획득이구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세터 이다영(24)은 지난해 선수생활 중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소속팀 현대건설이 11연패라는 최악의 부진으로 지난 시즌을 시작해 내내 하위권에 머문 데다 본인은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을 앞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그런 아픔을 딛고 한 단계 도약한 이다영은 올해 리그 통합우승과 올림픽 메달 획득,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향해 뛴다. 이다영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는 제게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면서도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숙해지고 노력할 수 있었다.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현대건설은 10일 현재 승점 45점으로 한 경기를 더 치른 GS칼텍스를 2점차 앞선 V리그 여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다영은 세트당 평균 11.3개의 세트로 리그 1위다.

이다영은 “지금 현대건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고)예림 언니가 FA로 입단하고 팀이 더욱 단단해져 공수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즌 목표는 당연히 통합우승이다”라며 “FA는 나중 문제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우승)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이다영이 각광받는 부분 중 하나는 다양한 공격 패턴이다. 상황에 맞게 골고루 팀원들에게 토스를 배분해 상대의 허를 찌른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공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달라’고 주문해 놓았다”며 “외국인선수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도 살려서 경기를 치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세터인 만큼 냉정함과 침착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팀의 거의 모든 공격에 관여해야하는 세터지만 이다영은 수비도 열심이다. 그는 “사실 전 은근히 수비가 약한 선수”라며 “그래도 수비에 성공해 어떻게든 득점으로 연결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최근 발목 골절로 시즌아웃된 리베로 김연견의 부상에 대해서는 “분명 걱정되고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 나머지 선수들이 서로 도와가며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다영은 올해 리그 우승 이외에도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주전 세터를 맡고 있는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44년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다영은 “지난달 올림픽 최종 예선 결승 태국전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큰 부담감과 압박 속에서 경기를 치른 만큼 많은 것을 느꼈다”며 “올림픽에선 더욱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겠다.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다영은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그는 “제 포지션에서 최고인 선수가 되고 싶다”며 “항상 노력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