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틈탄 ‘인종차별 바이러스’… 한·일 스타도 피해

입력 2020-02-11 04:05
유럽 축구계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 전체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면서 스포츠계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 인터넷매체 ‘기브미 스포츠’는 10일(한국시간) “레알 마요르카의 다비 파스토르 코치가 지난 9일 에스파뇰과의 프리메라리가 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25분쯤 교체 투입한 같은 팀 선수 쿠보 타케후사에게 인종차별적 동작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에스파뇰과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레알 마요르카의 다비 파스토르 코치가 자기팀 소속 일본인 선수 쿠보 타케후사에게 인종차별적 동작을 취하는 모습. 기브미 스포츠 캡처

보도에 따르면 파스토르 코치가 선수 교체를 위해 쿠보를 호출하면서 이름을 부르지 않고 두 손으로 눈가를 잡아당겨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눈을 찢는 동작은 전형적인 아시아인 비하 행위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원한 뒤부터 유독 아시아인을 표적으로 삼은 인종차별 행위가 늘었다. 우리나라 손흥민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뒤 중계방송사와 가진 인터뷰 도중 두 차례 마른기침을 했다. 그러자 “손흥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손흥민 옆의 동료에게 “명복을 빈다”는 악성 댓글도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3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뒤 현지 중계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 도중 마른기침을 하고 있다. 생중계된 이 장면은 팬들의 인종차별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스카이 스포츠 캡처

손흥민과 절친한 토트넘 미드필더 델리 알리는 자신이 올린 SNS 영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알리는 지난 6일 겨울 휴식기를 맞아 방문한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동양인 남성과 손 세정제를 몰래 촬영한 뒤 동영상에 ‘이 바이러스 균이 나를 잡는 속도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자막을 올렸다. 해당 동양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뉘앙스가 강했다. 이 남성이 중국인인지 여부는 확인이 안됐다. 이에 팬들과 영국 언론들이 그의 행위를 인종차별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알리는 뒤늦게 “후회한다”고 사과했지만 SNS에는 여전히 아시아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