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 관련 예산 늘리면서 해외원조는 싹둑

입력 2020-02-11 04:05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노후화된 미국의 핵무기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핵보안국의 예산을 올해보다 20% 증액하기로 했다. 해외 원조 예산은 21% 축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조8000억 달러(5700조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마련했다. 미국의 2021년 회계연도는 오는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다. 전체 국방비는 0.3% 소폭 증액한 7405억 달러(880조원)로 책정됐는데 핵무기 관련 예산은 크게 늘어났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예산안에서 국방부에 핵 운송체계의 현대화를 위해 289억 달러(34조3000억원)를 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핵무기 비축 현대화를 위해 국가핵보안국의 예산도 198억 달러(23조5000억원)로 책정했다. 국가핵보안국 예산은 올해보다 20% 증액됐다.

악시오스는 증액된 핵 관련 예산이 핵탄두 기한 연장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 비축 시스템을 위한 투자, 노후 핵시설 개선, 새로운 핵탄두 개발을 위한 능력 복원 등에 쓰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 예산 증액을 승인할지는 확실치 않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인식 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핵무기 군비 통제에 더 관심이 많고, 공화당은 핵무기 현대화를 지지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 중 하나는 해외 원조 예산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해외 원조를 줄이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색채를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20년 회계연도에서 해외 원조 예산은 557억 달러(66조3300억원)였느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예산안에서 이를 441억 달러(52조5100억원)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짰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주둔한 한국·일본·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예산안에서도 해외 원조를 줄이려고 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대선이 있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집행 청사진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역시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한 예산을 크게 늘렸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맞서 설립된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IDFC) 예산을 1억5000만 달러(1780억원)에서 7억 달러(8300억원)로 증액했다. IDFC는 민간부문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개발은행 역할을 하는 기구로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