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검열 때문에 기생충 같은 작품 못나와”

입력 2020-02-11 04:05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자 봉 감독(오른쪽)이 배우 송강호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수상하자 주요 외신의 웹사이트는 ‘Parasite(기생충)’와 ‘Historic(역사적)’이란 단어로 뒤덮였다. 외신들은 일제히 “기생충이 역사를 썼다”고 전하며 백인·남성·영미권 중심의 오스카가 새로운 시대(new era)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했다”며 “세계의 승리(a win for the world)”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기자들이 대부분 아시아인임을 언급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이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도 “오스카가 오늘 밤 역사를 썼다”며 “모든 사람들은 기생충으로 와글와글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한국 영화의 오스카 수상을 축하하며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 NHK방송은 “미국 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가장 중요한 작품상을 수상했다”며 “외국어(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일본 언론은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하면서도 미국 영화 ‘밤쉘’로 분장상을 수상한 일본계 미국인 카즈 히로를 부각시키려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의 경험이 수상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런 말하긴 좀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됐다”며 “일본 문화가 싫어졌고 꿈을 이루기 어려웠기 때문에 여기(미국)에 살고 있다.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중국 신경보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봉 감독을 극찬하며 “한국 영화에 축하를 보낸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일부 중국 네티즌은 중국에선 검열 때문에 기생충 같은 영화가 나오기 어렵다며 중국 내 표현의 자유 문제를 비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