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변 변호사까지 대통령 해명 요구한 靑 선거개입 사건

입력 2020-02-11 04:02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 공개 거부를 두고 정의당과 참여연대까지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데 이어 이번에도 진보 진영 일각에서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법조계 진보단체인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7일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인데 그분(문 대통령)은 일언반구가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권 변호사는 9일에도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보면 1992년의 초원복집 회동은 발톱의 때도 못 된다”고 맹비난했다. 권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도 활동해왔으나 조국 사태로 심리적 혼란을 겪었고 지난해 말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보수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10일 변호사 470여명 명의의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현 정권이 법치주의를 말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소장 내용을 보면 청와대가 손을 놓고 있어도 좋을 만큼 상황이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사회수석실 등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시장 당선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송 시장의 상대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를 수사했던 경찰의 21차례 청와대 보고 중 6회는 대통령에 직보하는 국정기획상황실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또 대통령을 언급한 대목도 공소장 여러 군데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이 정도라면 ‘목적을 갖고 수사를 기획했다’거나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며 싸잡아 공격하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검찰개혁 법안 처리까지 마무리된 마당에 검찰이 새삼스레 정치 행보를 했다는 주장보다는, ‘산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 당부와 정치 중립 원칙에 충실하게 수사가 진행됐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고 총선까지 앞둔 마당이라면 검찰 수사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문제인지 좀 더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