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5세대 통신) 사물인터넷(IoT)을 행정에 접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가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전자박람회인 ‘CES 2020’에서 ‘스마트 시티, 서울’을 주제로 디지털시민시장실 등 스마트 행정의 성과를 소개해 반향을 일으켰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교통시스템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서울의 교통시스템은 기존 지하철 버스 택시 등 공급자중심에서 자율주행, 개인 모빌리티 등 수요자 맞춤형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전망이다. ‘서울시의 싱크탱크’ 서울연구원 서왕진 원장은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CES에 다녀왔는데 기술혁신으로 가장 빠른 변화가 예상되는 도시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에 교통분야가 있었다”며 “이제 공공이 만들어놓은 교통인프라를 수요자들이 찾아가 이용하는게 아니라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필요한 교통수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계할 것이냐로 교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의 교통시스템이 지방자치단체가 공급자 위주로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규모 교통수단을 관리하는 방식이라면, 앞으로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 모빌리티를 비롯해 다양한 교통서비스를 수요자들이 선택하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차량과 드론 택시 등 혁신기술이 접목된 미래 교통수단이 가세하면 교통시스템은 획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서 원장은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Mobility as a Service)을 중심으로 교통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며 “올해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구축해놓은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는 향후 교통분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서울은 이미 세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상암 테스트베드를 오픈해서 세계첨단 기업들이 서울에서 실험하고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있다”고 했다. 이어 “5G와 빅데이터, AI가 조합된 총아가 자율주행인데 서울이 5G를 세계에서 가장 앞서서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원장은 “5G를 통해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상암 테스트베드에 구축돼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언제든지 자율주행을 실제적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다”며 “우리도 자율주행 시대의 교통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 시티를 선도하는 서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서울에 대해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더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패권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유럽까지 가세해 중국에 방어막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아시아 시장을 진출할 교두보로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의 기술적 선도성, 남북 협력을 통해서 열릴 수 있는 경제발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연구원이 스마트 시티와 함께 올해 진행할 핵심 연구과제 중 하나는 청년 불평등 문제다. 서 원장은 “청년 불평등 문제는 이중적 불평등”이라며 “양극화의 동일 구조 작용, 새 일자리 부족에 따른 기회 차단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발족한 청년정책연구센터가 올해 본격 가동된다”며 “서울시 청년청과 협업을 통해 ‘청년의 시간’이라는 정책패키지를 만들어서 청년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사회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문제도 올해 주요 연구과제다. 서 원장은 “부동산 등 자산 차이가 우리 사회 불평등의 핵심”이라며 투기세력에 의한 부동산 가격 급등 차단을 위해 보유세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를 향후 5~7년간 확고하게 추진하면 투기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토지공개념 정신을 살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공유기금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 원장은
‘도시환경·에너지환경 정책’ 전공한 시민운동가 출신
서왕진(56) 서울연구원장은 도시환경 정책과 에너지환경 정책을 전공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2017년 4월 서울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서 원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도시환경정책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환경정의연구소장을 지내며 학문적 소양과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1년부터는 서울시장 정책특보, 비서실장 등을 역임해 서울시정의 종합적인 정책 자문과 시장 보좌업무를 총괄했다. 누구보다 박 시장의 의중을 잘 이해하는 복심으로 통한다.
서울연구원은 199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으로 설립돼 2012년 현재 명칭으로 변경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서울의 도시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주요 시책과제를 체계적, 전문적으로 조사·분석하고 정책을 연구·개발하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연구직(정규직)만 150명(박사 80명, 석사 70명)이며 용역과제 수행시 채용하는 위촉연구원도 130여명에 달한다.
도시사회연구실, 시민경제연구실, 교통시스템연구실, 안전환경연구실, 도시공간연구실 등 8개 연구실과 도시외교연구센터,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 성평등인권센터 등 3개 센터를 두고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