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25번 환자’, 아들 부부 통해 감염… ‘경증 감염’ 비상

입력 2020-02-10 04:00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25·26·27번째 환자가 9일 발생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명의 경우 중국 광둥성을 다녀온 아들 부부(26·27번 확진자)가 시어머니(25번 확진자)를 2차 감염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귀국한 중국 국적의 며느리는 지난 4일부터 잔기침 등 증상을 보였지만 경미해서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한 채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이른바 ‘경증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람이 2차 감염을 일으킨 첫 사례이기도 하다. 후베이성 이외 중국 입국제한도 시행해야 한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일단 이를 유보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들의 감염 경로와 관련해 “아들 부부가 감염됐지만 경미한 상태라 모르고 있다가 25번 환자를 감염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 명 중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25번 환자(73세 한국 여성)는 지난 6일부터 발열 등 증상을 보였고 이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기도 시흥시 주민으로 8일 시흥시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았다. 이 환자는 73세로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 중 최고령이다.

아들(51세 한국 남성) 며느리(37세 중국 국적 여성) 부부는 25번 환자 확진 이후 접촉자이자 감염원으로 추정돼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광둥성 등에 머물다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지난 8일 기준 확진자가 1075명이다.

정 본부장은 “며느리가 지난 4일부터 잔기침 증상이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를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미한 증세라 신종 코로나 감염을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시흥시는 관내 모든 어린이집(465곳), 시교육청은 모든 사립유치원(30곳)에 각각 휴원 명령을 내렸다.

보건 당국은 25번 환자 사례처럼 확진자가 경증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나 사스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경증일 때부터 전염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베이성 이외 지역’ ‘경증 감염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춰 방역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형 순천향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환자가 나온 만큼 한시적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오는 여행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증상을 잘 못 느끼는 사이에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접촉자 분류 기준 등을 확대해야 한다”며 “해외처럼 최소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 확진자가 만난 사람들은 자가격리 등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