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 일번지’ 석권 경쟁이 시작됐다. 이 고문과 황 대표는 9일 나란히 서울 종로구 일대를 찾아 본격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 고문은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를, 황 대표는 ‘종로 경제 살리기’를 각각 내세웠다.
이 고문은 사직동 일대의 낙후 지역과 재개발 분쟁 지역의 현안을 들었다. 그는 현장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종로구민을 위한 4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고문은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꿔가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보육, 주거환경, 산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양 삼송과 용산 구간 신분당선의 연장을 추진한 뒤 광화문광장 조성을 논의하고, 역사문화도시로의 발전과 도시 재생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사직동 일대의 재개발 분쟁 지역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현장형’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의 장점을 얘기하는 게 쑥스럽다. (장점은) ‘일을 제대로 해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휘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상대인 황 대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고문은 “다른 후보들의 선거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선의의 경쟁’에서 경쟁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제대로 된 정책선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황 대표는 출마 선언 이후 첫 행보로 빈 상가가 많은 종로 ‘젊음의 거리’ 일대와 모교인 성균관대, 정독도서관(출신 고교인 옛 경기고 부지)을 찾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35년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아주 다 망했다”며 “일대 상가가 전부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바뀌었는데도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반드시 되살려내겠다”며 “구석에 있는 소상공인들도 챙겨서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의식한 황 대표는 악수 대신 주먹 인사(주먹끼리 맞닿는 인사법)를 권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첫 일정으로 창신동의 교회에 들렀다. 한 지역 주민이 “창신동에 호남 사람이 많다. (한국당에 비우호적인) 호남 사람 전향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하자 황 대표는 “(그래서) 제일 먼저 창신동 교회에 들러 예배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이후 성균관대 앞 거리를 걸으며 대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떡볶이집을 찾아 지역 분위기를 묻기도 했다. 그는 “청년이 많이 어려운데 행복한 청년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황 대표와 인사를 나눈 한 성균관대 학생은 “취업이 어려운 저희 같은 청년에게 민주당 정책은 잘 와닿지 않는다”며 “정치는 잘 모르지만 황 대표에게 마음이 간다”고 했다.
박재현 김용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