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의약생활] 체외 증식·배양 등 제조 까다로워… 치료전 안전성·효과 따져야

입력 2020-02-10 20:16

세포는 생명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다. 모든 사람은 부모의 유전자가 섞여진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에서 시작해 무수히 많은 세포 분열을 거쳐 눈·코·입이 생기고 팔·다리가 달린 모습으로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다가, 몸을 구성하고 있던 세포들이 그 기능을 잃어감에 따라 늙고 병들어 결국 죽는다.

우리 몸의 병든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대체해서 질병을 치료하려는 세포 치료에 대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수혈이나 골수 이식도 세포 치료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수혈은 우리 몸에 부족한 혈액세포(적혈구, 백혈구 등)를 보충하는 것이다. 골수 이식은 건강한 백혈구를 만들기 위해 병든 조혈모세포를 건강한 조혈모세포로 바꿔 주는 치료법이다.

생명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이제 혈액, 골수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들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물론 공상과학 영화처럼 장기나 조직을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건강한 세포를 이용해 화상·흉터 치료 등 구조적 회복과 연골 재생 같은 기능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더 건강하게 만들거나(배양) 세포 수를 늘려(증식), 건강한 세포가 필요한 신체 부위에 다시 집어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거나 증식시키는 동안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오염될 우려가 있고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세포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해 치료 목적으로 사용코자 할 때는 반드시 환자에게 안전한지, 질병에 효과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다. 이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세포 치료제’다. 현재 국내에는 16개가 승인돼 있다.

세포 치료제는 제조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생산 비용도 높아 다른 의약품에 비해 치료비가 매우 비싸다. 투여 후 몸속에 남아있는 기간도 길어 예상치 못한 이상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수혈과 골수 이식처럼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지 않고 단순 처리해서 몸 속에 투여한다면 의사의 의료행위인 ‘세포치료 시술’이다. 이 경우 식약처 허가를 받은 세포 치료제 의약품이 아니다. 해당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는 전적으로 의사 책임 아래에 있다. 따라서 누군가 세포 치료를 권유한다면 먼저 식약처 허가 의약품인 세포 치료제를 사용하는지 아니면 의료 행위인 세포 치료 시술인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호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