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휴점·단축 영업… 유통업계, 과해 보일 정도로 ‘조심’

입력 2020-02-10 04:08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점에서 임시휴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주말 하루 평균 방문 고객이 10만명, 하루 매출만 100억원에 이르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지난 주말 장사를 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취해진 조치다.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았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통업체의 경우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단축 영업을 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체의 휴점 조치가 필요불가결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확진자가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중요하지만, (확진자가 백화점 방문했을 때의)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23번째 확진자가 지난 2일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해 혹시라도 바이러스를 남겼더라도 7일 이후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내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보니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매장 방문을 계속 꺼리면 매출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조치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최근 매출이 하락세에 있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6일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같은 기간보다 31.6%나 떨어졌다.

이처럼 매출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해도 롯데백화점 본점의 주말 이틀 휴점은 큰 손해를 감수한 것이다. 따라서 롯데백화점 본점 휴점 조치는 당장의 일시적인 손해가 크더라도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체들의 강력한 조치는 매장 근로자 보호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 각각 면세점 휴업과 백화점·면세점 단축영업에 대한 청원이 게재됐다. 두 청원에는 면세점·백화점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가족들 중심으로 2만명 넘게 서명했다. 중국인들이 면세점을 많이 찾고, 확진자들이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다녀간 게 속속 확인되면서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커피전문점도 조치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10일부터 전체 매장의 3분의 1에 달하는 300~400개 매장의 영업시간을 단축한다고 밝혔다. 영업시간은 매장별로 30분에서 1시간 단축돼 오후 10시 혹은 오후 10시30분까지 영업할 예정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