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경제에 미칠 파장의 ‘장기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는 당장 올해 1분기 성장률을 ‘0(제로)’ 또는 ‘마이너스’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다만 1분기 안에 진정국면으로 진입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을 방어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통상적으로 감염병이 돌다 진정되면, 그 다음 분기에 미뤄둔 소비나 투자 등을 하기 때문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 그랬다.
하지만 장기화하면 연간 성장률 타격은 불가피하다. 예년에 비해 사태가 종식돼도 회복의 발판이 될 경제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점도 변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신종 코로나의 거시경제 파급을 예단하기 어려우나 향후 경기에 어느 정도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우선 서비스 분야 피해를 우려했다. KDI는 “신종 코로나 우려가 주요 금융지표에 반영된 가운데 관광과 관련된 일부 업종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선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감염병은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내수 위축을 불러온다. 때문에 올해 1분기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2%였다. 4분기와 비교한 기저효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초 재정지출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큰 폭의 하락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사태 전에는 민간 부문의 활력 회복을 바탕으로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더 큰 문제는 사태의 장기화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1분기 안에 끝난다면 2분기에 성장률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 과거 메르스, 사스 때를 보면 감염병이 발발한 분기에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그 다음 분기에 반등했었다. 전 분기의 낮은 성장률 대비 기저효과에다 감염병 확산으로 미뤘던 소비·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에 따른 제조업의 생산 중단도 조업일수 등을 늘려 회복 가능하다. 장기화하지 않으면 연간 성장률 방어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2.3~2.4%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해외 연구기관들은 벌써부터 장기화를 우려하며 한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블룸버그가 최근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기관을 상대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설문했더니 평균 2.1%로 답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0.2%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블룸버그는 올해 한국의 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지난달보다 0.1% 포인트 내린 2.0%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가 조기 종식돼도 경기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2.0% 성장에 턱걸이를 할 정도로 기초체력이 약해져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부동산시장 위축 조짐, 정부 재정여력 약화 등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세계적인 경기 하방 압력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