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가동을 멈췄던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이 10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간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마치고 10여일 만에 조업 재개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의 기세가 여전해 산업계는 좌불안석이다. 특히 중국 생산 부품 조달 일정이 불안정해 국내 공장 재가동 시점이 불확실한 자동차업계의 근심이 크다. 업계에선 직원 복귀율 등 정상화 여부가 결정되는 주초를 ‘1차 고비’로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 1~2주간 생산을 멈췄던 옌타이, 난징 지역 모듈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0일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한다”며 “춘제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에 머물렀던 인원부터 복귀시켜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부 라인 가동을 멈췄던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과 둥관 모듈 공장을 10일부터 가동 재개하고, 삼성전자의 중국 쑤저우 가전 공장도 이날 가동을 시작한다.
당장 공장 문은 다시 열지만, 어느 정도의 인력이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 후베이성 인근 지역 등을 다녀온 직원들은 당장 투입이 어렵고, 상태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발병이 확인돼 복귀하지 못하고 격리되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공장 가동률을 정상화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난징 배터리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LG화학 관계자는 “최소 인원으로 일부 재가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후베이성 인근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은 상태를 두고 봐야 하기 때문에 가동률이 원상 복귀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 배터리 공장도 같은 날 가동을 다시 시작한다.
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중국 공장은 이달 중순까지 재가동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은 17일에나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공장에선 펠리세이드, GV80 등 인기 차종을 우선으로 생산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인도받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중국 현지 부품공장들이 10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는 가정하에 휴업 일정을 짰지만, 사실상 재가동 시점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가격리 및 감염 우려로 현지 직원들이 정상출근하지 못하는 가운데 현지 사태 악화 등에 따른 변수를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가 자동차 조립 초기 단계에 필수적인데 중국산 비중이 80%가 넘는 만큼 수급상황에 따라 휴업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문을 연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인력이 실제 근무하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지난해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한 완성차업체들의 올해 실적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최예슬 정건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