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을 백악관에서 쫓아냈다. 빈드먼 중령의 쌍둥이 형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함께 일했던 예브게니 중령도 백악관에서 축출됐다. 또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도 본국으로 소환했다. 지난 5일 상원에서 탄핵소추안이 최종 기각된 이후 이틀 만에 보복 인사 조치를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은 7일이 금요일이었던 점을 부각시켜 ‘금요일 밤의 대학살(massacre)’이라고 표현했다. WP는 “이번 조치가 앙심을 품은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정부 당국자들을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다. 백악관 NSC에서 근무했던 빈드먼 중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발단이 된 지난해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를 직접 들었던 당국자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29일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연계한다는 암시를 했으며 이에 대한 우려를 NSC 법률고문에게 두 차례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빈드먼 중령은 국방부로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빈드먼에 대한 보복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앞에 허언이 됐다. NSC에서 변호사로 근무한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 중령은 육군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어디로 배치될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의 행위를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실제로 빈드먼을 알지 못하고, 얘기를 한번 해본 적 없고, 만난 적도 없다”며 “그는 매우 반항적이고, 나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완벽한’ 통화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빈드먼은 그의 상관으로부터 끔찍한 평가를 받았다”면서 “그의 상관은 빈드먼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말로 하면, ‘아웃(Out)’”이라고 덧붙였다.
선들랜드 대사는 소환 조치에 저항 없이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선들랜드 대사는 지난해 11월 20일 하원 탄핵청문회에서 “(바이든 부자 수사 요구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사이에) ‘쿼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내 답변은 ‘예스’”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