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난해 ‘나홀로 호황’… 올해는 쉽지 않다

입력 2020-02-10 04:04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며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나갔다. 4곳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합치면 11조원을 웃돈다.

신한금융지주는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KB금융지주는 3년 연속 ‘3조 클럽’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주 전환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도 지주로 재전환한 첫 해에 경상 기준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은행 간 경계를 허무는 오픈뱅킹 확대 시행, 핀테크 기업 약진 등으로 곳곳에 불안요소가 포진해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은행의 이자 수익성을 위협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403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9일 밝혔다. 전년 대비 7.8%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비이자 부문의 선방이 빛났다.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들이면서 비이자 이익이 전년 대비 33.3%나 성장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한 3조3118억원을 올렸다. 은행 간 경쟁에서는 신한을 제쳤다.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2조3292억원)보다 1099억원 많은 2조439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조4084억원으로 2018년보다 7.8% 늘었다. 지주 체제 전환 이후 최대 규모다. 우리금융도 1조904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주 체제 전환에 따른 회계상 순이익 감소분(1344억원)을 감안하면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는 근심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먹거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오픈뱅킹 확대,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은행 간 경쟁뿐만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 기술기업과의 경쟁도 심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융지주 체제를 견고하게 지탱하던 이자 수익에서 ‘균열’ 조짐마저 보인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 차이에 따른 수익)이 줄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수익성은 더 나빠진다. 금융지주들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 비중이 63~85%나 된다.

금융 당국이 올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위험 상품 판매가 제한되면서 지주회사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부 통제 시스템 정비까지 감안하면 비용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주사들은 사업 다각화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안정적 영업을 강조했던 KB금융마저 올해 인수·합병(M&A)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