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이해

입력 2020-02-10 04:02

대학 교양 수업 중에 ‘환경 문제의 경제적 이해’라는 과목이 있었다. 수업에는 중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직접 가서 나무도 심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피해자인데 돈까지 써야 한다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탐탁지 않은 태도로 수업을 듣다가 계산기를 두드리고 나서야 수긍을 하게 됐다. 수업의 결론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직접 나서는 게 더 이익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사막화로 인해 황사가 증가하면 피해를 막기 위해 비용이 더 든다는 논리다. 호흡기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니 의료비 지출이 늘 수 있고, 황사를 막기 위해 마스크, 공기청정기 구매 등의 비용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된 것은 값을 치를 수 없을 정도로 큰 손해다. 환경 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를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해법에서도 참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신종 코로나를 둘러싸고 ‘혐오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태도다. 신종 코로나 종식을 위해 우리나라가 중국을 돕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데 왜 돕냐는 마음일 것이다. 정서적으로 중국을 돕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면 경제적인 이유에서 명분을 찾아보자. 당장 중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 문을 닫자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왔다. 현대차를 비롯해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납품받는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나 공장을 멈추게 됐다. 현대차가 노조 파업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공장을 멈춘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피해액은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반도체를 비롯해 다른 제조업까지 재고 부족이 확대되면 우리나라 산업 전 분야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가 빠른 시간 내에 종식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식어버린 내수 경기가 얼어버릴 수 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신종 코로나가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전자, 자동차, 정유, 화학, 철강, 유통 등 우리나라 6개 주요 업종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우리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신종 코로나 종식에 나서야 한다. 중국인 입국을 막고, 중국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면 된다는 식의 감정적인 대응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가 만성적인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마스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장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우리도 부족한데 왜 중국에 지원하냐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바람에 가격이 폭등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왔다. 지원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관이다. 국내 마스크 재고가 부족한 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지, 중국에 지원해서가 아니다. 막상 중국에 주키로 한 300만장도 재고 상황 때문에 전량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를 틈타 한몫 챙기려는 일부 유통업자들이 마스크 가격을 올리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긴급수급조치로 인해 마스크 공급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이다. 여력이 되는 만큼 중국에 도움을 줘 신종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는 게 우리에게도 이익이다.

김준엽 온라인뉴스부 차장 snoopy@kmib.co.kr